하녀가 된 아비게일
더 페이버릿은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영국은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해야 할 지 휴전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은 두 파로 갈려 싸움 중이다. 여왕의 오랜 친구인 공작부인 사라는 휘그당 소속이다. 그녀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지속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종전을 지지하는 토리당의 할리와 대립중이다.
여왕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사라가 그녀의 일을 위임하고는 한다. 사라는 사실상 궁중의 비선실세로 여왕의 총애를 받으며 권력을 잡고 있다.
어느날 사라에게 사촌인 아비게일이 찾아온다. 몰락귀족인 그녀는 사라에게 일자리를 요청한다. 그래서 사라는 아비게일을 궁전의 하녀로 취직시킨다. 아비게일은 하녀로 일하며 호시탐탐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우연히 사라와 앤여왕의 사이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게 된다. 사라와 여왕은 친구이자 연인과 같은 관계였던 것이다.
아비게일은 약초를 캐와서 여왕의 통풍 증상을 완화시켜주고 그녀의 눈에 들게 된다. 그 때부터 아비게일은 여왕의 마음에 들기 위해 본색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사라는 아비게일에게 적대심을 갖는다.
한편 토리당의 할리가 아비게일에게 접근하고 그녀가 스파이노릇을 해주기를 원한다. 그녀는 할리와 손을 잡는다. 사라는 프랑스와의 휴전협정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사라가 권력 다툼으로 정신이 없는 사이 아비게일은 여왕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환심을 산다. 외로웠던 여왕은 아비게일을 곁에 둔다. 그러나 사라와 여왕사이의 오랜 유대관계엔 아비게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아비게일은 궁전에서 내쳐지는 신세가 될까봐 초조해진다.
아비게일은 여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기 위해 몰래 사라에게 약을 먹인다. 약을 먹은 채 말을 탄 사라는 결국 정신을 잃고 크게 다친다. 사라가 사라진 사이 아비게일은 여왕의 신임을 얻는다. 그녀는 귀족과 결혼을 하고 사라의 세력들을 몰아낸다.
사라는 살아돌아왔지만 사고로 인해 얼굴에는 큰 흉터가 남았다. 그녀와 앤 여왕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여왕은 할리를 새로운 총리로 임명하고 결국 사라를 쫓아낸다. 전총리가 사라에게 찾아와 여왕에게 편지를 쓰기를 제안한다. 화가 난 여왕도 내심 사라가 먼저 편지를 써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비게일은 사라가 쓴 편지를 가로채 불태워버린다. 그리고 여왕에게는 사라의 남편 말보로 공작이 돈을 횡령했다고 이간질을 한다. 처음 여왕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여왕은 연락조차 없는 사라를 원망하며 그녀를 영국에서 추방시켜 버린다.
더 페이버릿 속 매력적인 여자들
더 페이버릿에서는 올리비아 콜먼이 앤 여왕을 레이첼 바이스는 사라의 역할을, 엠마 스톤은 아비게일의 역할을 맡았다.
세 사람의 연기 모두 훌륭하여 이들이 펼치는 갈등관계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앤은 변덕스러우면서도 나약한 면모를 가진 여왕이다. 그녀는 17명의 자식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그 슬픔을 토끼를 기르며 달래고 있다. 어린아이같은 면이 있어서 일부러 사라의 질투를 유발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사라는 강인한 여성이다. 여왕에게 독설을 퍼붓고 때로는 차갑게 굴지만 사실은 그녀를 깊이 사랑한다. 사라는 여왕을 비판하고 때로는 달래가면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권력을 얻는다.
아비게일은 야망이 큰 인물이다. 아버지의 도박으로 한 순간에 천민이 된 그녀는 다시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린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는 언젠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까봐 두렵다. 그래서 앤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아 궁중 내에서 세력을 키우고 싶어한다.
궁중 여인들의 사랑과 권력 싸움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사라와 아비게일은 정반대격인 인물이다. 사라는 여왕에게 화장한 얼굴이 오소리 같다며 독설을 하고 쓴소리를 곧잘 하지만 사실은 여왕을 진정으로 아낀다. 그녀는 오랜 세월 쌓아온 여왕과의 우정 그리고 사랑을 매개로 권력을 쥐고 있다.
반면 아비게일은 앤 여왕에게 호감이 있는 척하지만 권력을 얻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인물이다. 귀족이었지만 몰락해서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아비게일은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비게일은 앤여왕의 토끼를 예뻐하는 척 여왕의 비위를 맞춰준다. 그리고 사탕발림을 하며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비게일에게는 사라와 같은 애정은 없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다.
더 페이버릿은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한 두 여인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그 싸움은 치열하고도 처절하다. 결국 오랫동안 여왕의 신임을 얻었던 사라는 싸움에서 져 영국 밖으로 쫓겨나기까지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비게일은 여왕이 아끼던 토끼를 몰래 괴롭힌다. 사실 그녀는 토끼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여왕의 맘에 들기 위해 그런 척을 했었던 것뿐이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여왕은 아비게일의 머리를 잡으며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한다. 그러나 여왕은 아비게일을 내쫓지 못한다. 여왕은 사라 대신 아비게일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외로웠던 여왕은 아비게일의 실체를 알고 나서도 내칠 수 없는 것이다. 여인들의 치열한 사랑과 권력다툼은 결국 세 사람 모두 행복하지 못한 결말로 끝나게 되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