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패션세계로 들어가다
영화의 주인공 앤디는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뉴욕으로 상경한다. 그러나 막상 언론사에 입사하려니 취업이 쉽지만은 않다. 그녀는 커리어를 쌓을겸 1년만 버티자는 각오로 '런웨이'라는 패션매거진에 취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런웨이 편집장은 미란다는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완벽주의자이며 타인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게다가 그녀는 안하무인에 냉정하기까지 하다. 미란다는 밤낮없이 앤디를 전화로 불러대며 사적인 업무를 시키고 괴롭힌다.
앤디가 아빠와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미란다는 앤디에게 폭풍우 치는 날에 비행기를 예약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 때문에 앤디는 아빠와 맘편히 식사도 못 하고 쩔쩔맨다. 앤디는 시간이 갈수록 지쳐간다.
앤디는 자신이 패션업계를 안일하게 보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아예 제대로 뛰어들어보기로 결심한다. 그날부터 앤디는 미란다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일들을 척척해내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녀는 패션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답게 외적인 변신에도 성공한다. 그 때문에 미란다는 앤디를 다시 보게 된다. 한편 앤디의 사적인 생활은 점점 틀어진다. 일에 몰두하는 바람에 남자친구를 소홀히 대하게 되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점점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미란다라는 사람을 점점 이해하게 된다. 앤디는 미란다가 시키는 업무를 하다가 우연히 그녀의 사생활을 알게 된다. 그녀는 대외적으로는 화려한 삶을 살아가지만 남편과는 이혼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미란다는 업무처리능력이 뛰어난 앤디를 오래 일한 에밀리 대신에 파리로 데려간다. 사실 미란다는 경영진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미란다의 자리에 재클린을 앉히고 싶어한다. 하지만 미란다는 다른 자리에 클린을 대신 앉혀 일을 마무리한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미란다와 함께 일하며 그 자리를 염원하던 나이젤이 크게 실망한다.
일은 잘 마무리 되었고 앞으로 승승장구할 날만 남았으나 앤디의 감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그녀는 미란다가 나이젤에게 행한 일은 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란다는 너 역시 에밀리에게 똑같은 일을 하고 파리에 온거 아니냐 라고 응수한다. 사실 미란다를 따라 파리에 따라갈 수 있는 직원은 단 한 사람 뿐인데 에밀리 대신 앤디가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말이다. 그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미란다의 말을 들은 앤디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앤디는 결국 비서직을 그만두고 사표를 낸다. 그리고 언론사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본다. 면접 도중 미란다에게서 온 팩스 한통이 도착한다. 그것은 그녀가 앤디를 위해 마련한 추천서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 안나 윈투어
안나 윈투어는 미국 보그의 편집장으로 미란다의 실제 모델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 영화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막상 영화가 개봉하고 난 후에는 프라다를 입고 직접 시사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실제 작가는 안나 윈투어 밑에서 일을 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누가 진정한 악역인가?
오만하고 차가운 미란다는 누가봐도 악독한 상사이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인격모독을 서슴치 않고 그들을 시종일관 무한다. 자신과 오랫동안 일해온 나이젤을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앤디를 인정했으며 추천서를 써주기까지 한 사람이다. 앤디의 능력과 결정을 존중해준 것이다.
나는 오히려 영화의 진정한 악당은 앤디의 남자친구와 친구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앤디의 남자친구는 그녀가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소홀하다고 투정을 부리고는 했다. 앤디의 친구들은 그녀가 가져온 선물들은 잘 받아놓고 미란다에게서 온 전화를 뺏어 앤디가 쩔쩔매는 꼴을 보고 즐거워했었다. 사실 이들만 아니었다면 앤디는 런웨이에서 미란다 버금가는 위치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앤디는 일 때문에 사람을 이용하는 일에 환멸을 느끼고 사표를 던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가족, 어떤 사람은 사랑, 어떤 사람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을 지나치게 중시하다보면 나머지 가치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일에서는 두각을 보이나 남편과는 이혼위기에 처한 미란다처럼 말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는 어쩌면 앤디가 진정한 삶의 목표를 찾고 그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