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캐릭터의 신선한 해석
배트맨의 숙적이자 고담시를 대표하는 악당 조커는 매우 강렬한 캐릭터이다. 그의 광대분장과 원색의 화려한 옷차림은 우스꽝스럽기보다는 기괴하다. 그는 웃는 낯으로 태연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최악의 악당이다. 조커는 여태껏 영화에서 주인공 배트맨을 괴롭히는 악역으로만 등장해왔다. 그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는 묘사된 적이 없었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조커는 인간 조커의 과거와 삶을 그린 영화이다. 선량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남자가 최악의 악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조커의 줄거리를 정리해 본다. 아서는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남자이다. 그는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의 팬이며 언젠가 그의 쇼에 출연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는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서는 정신질환 때문에 약을 복용중이다. 그는 부적절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는 병을 앓고 있어서 사람들을 웃기기는 커녕 불쾌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서는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광대분장을 하고 돈을 벌며 어머니를 정성껏 모신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아서는 동료가 맡긴 총을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되어 직업을 잃는다. 게다가 나쁜 일은 연이어 일어난다. 그는 그 총으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르고 만다. 아서는 자신이 부호 토마스 웨인의 아들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찾아가지만 모욕과 박대를 당한다. 그리고 토마스웨인은 아서의 어머니가 망상병 환자라는 소리를 한다. 그 후 아서는 어머니가 숨겨왔던 어두운 진실들을 알게 된다.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는 망상병 환자였으며 어린 아서를 학대했던 여자였다. 아서가 존경하던 머레이는 방송에서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조롱한다. 아서는 결국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악당 조커가 된다.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
그동안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조커를 연기했고 조커역을 맡은 배우들끼리는 비교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역할을 맡았을 때 분명 어느 정도 부담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조커를 완벽하게 연기해내었다. 그가 연기한 조커는 이전의 조커와는 또 달랐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세상을 등진 외톨이, 억압받고 멸시받는 인간상이었다. 호아킨 피닉스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조커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비평가들과 대중들에게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그는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23kg를 감량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스크린에서 매우 초췌하고 어두운 모습을 보이는데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조커를 보고 느낀 점
아서는 처음부터 악당이 아니었다. 그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지만 홀어머니를 모시고 성실히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었고 세상은 아서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숨겨왔던 어두운 비밀들을 연달아 알게 되고, 자신이 존경하던 머레이에게 조롱을 받는다. 그후 조커라는 새로운 인물이 된다. 찌질하고 소심했던 아서를 광대분장으로 지우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세상에서 멸시받는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조커라는 인물은 공감을 얻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조커를 투영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행하는 일들은 모두 범죄이며 악행이다. 그 원인으로 열악하고 곤궁한 삶을 핑계로 대는 것은 옳지 않다. 나쁜 처지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서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